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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쌤! 학원에서 할로윈 파티할 때 우리도 코스튬 입어야 하는 거 알지?"

 

원장이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홍중의 프린트물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코스튬이요?'

 

"네~ 작년엔 스파이더맨 옷 입었던 준영 쌤이 인기였고, 재작년엔 미라 분장한 혜지 쌤이랑 사진 찍겠다고 애들이 줄을 섰어요. 하하! 홍중 쌤은 얼굴이 되니까 뭘 해도 귀엽겠다~ 뱀파이어는 어때요?"

 

"예.... 전 피 빨리는 기분이네요..."

 

"어머~ 센스 봐, 하하하. 할로윈 당일에 입으려면 빨리 시켜야 하니까 얼른 정해요. 쿠팡이 싼 것 같던데? 참고해요."

 

 

 

 

 

원장이 사라지자, 홍중은 프린터기에 고개를 들이박았다.

 

'아악, 빡쳐!!!'

 

애써 정리해놓은 활동지 프린트가 그의 손에 처참히 형체를 잃었다.

 

'내가 지금 안그래도 그놈의 할로윈 파티 때문에 조명이며 벽장식이며 난리난리를 치며 꾸며놓고 파티 플랜까지 다 짰는데, 이제는 코스튬까지 입으라고? 심지어 말 하는 꼬라지가 돈도 안줄것 같은데. 미쳤나, 진짜!!!'

 

 

 

 

 

결국 부글부글 끓는 속에 홍중은 남은 업무를 뒤로 하고는 퇴근길에 올랐다.

 

버스 앞좌석 커플들이 할로윈 커플룩에 대해 이야기하며 깔깔거리는 소리가 지겨워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카페며 빵집이며 어느곳에나 호박 장식, 유령 풍선, 거미줄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진짜… 세상이 미쳤어."

 

홍중은 또 다시 버스 창문에 머리를 박아댔다.

 

 

 

 

 

 

 

 

 

홍중의 자취방 문을 열자, 그 안에서 잔잔한 소음과 함께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왔어?"

 

바닥에 이불을 덮곤 쭈그려 누워 아이패드로 무언가를 보고있던 성화가 고개를 들었다. 

 

"야, 너 왜 여기 있어."

 

"너 오늘 늦는다 했잖아. 내 자취방은 추워서 여기 와 있었지."

 

"…너 진짜 죽을래?"

 

"아니이... 우리 홍중이 보고싶어서 온거지..."

 

 

 

 

 

홍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화야, 나 오늘 진짜 피곤하거든. 그냥…"

 

"짜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화가 뭔가를 불쑥 내밀었다. 거대한 택배박스였다.

 

 

 

 

 

"이게 뭐야."

 

"선물!"

 

"선물?"

 

"응. 네가 좋아할 거야."

 

 

 

 

 

홍중이 박스를 열자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셔츠와 붉은 스카프. 그리고.... 고양이 머리띠?

 

 

 

 

 

"……."

 

"짜잔- 우리 할로윈 커플 코스튬!"

 

"...뭐?"

 

"할로윈 날 너희 학원 파티 끝나면 저녁 수업 없다고 했잖아! 우리 그때 파티하자! 동아리 애들이랑 자주가던 술집 빌려서 하기로 했어!"

 

 

 

 

 

박성화는 완전히 들 떠 있었다. 눈은 기대감에 반짝반짝, 입꼬리는 끝을 모르고 하늘로 향했고, 두 손은 박수를 쳤다가 코스튬을 집어들었다가 잠시도 쉴 틈 없이 바빴다.

 

하지만 홍중의 얼굴은 점점 돌처럼 굳어갔다.

 

 

 

 

 

"박성화."

 

"응?"

 

"너 지금 그거 진심이야?'

 

"그럼? 완전 진심이지!."

 

 

 

 

 

"아… 무슨 할로윈 파티야."

 

"...엥?"

 

"사대주의에 다들 미쳐가지고. 무슨 할로윈이야.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학원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잠깐만, 뭔 사대..."

 

"그리고 뭐, 코스튬? 하루 지나면 또 다 버릴 거잖아. 돈도 많나 다들. 환경은 또 어쩌고? 어? 이럴 거면 추석이나 챙기지."

 

"아니, 갑자기 추석은 왜-"

 

"너 뭐 추석에 전이라도 부쳐먹었어?!"

 

"전…은 안 부쳤는데... 아니, 잠깐."

 

"봐! 이러니까 명절이 사라지는 거야! 다들 외국 것만 좋다고 따라하고! 이러니까 우리 문화가! 가정이! 무너지는 거야!!!"

 

 

 

 

 

그놈의 지긋지긋한 할로윈. 

 

지난 한 달 내내 홍중을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할로윈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쌓여왔던 것이 결국 폭발해버렸다. 

 

성화는 고양이 머리띠를 든 채 멍하니 홍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너..."

 

"...뭐."

 

"아니, 뭔 문화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져. 그냥 할로윈 좀 즐기자는 거잖아! 이십대 초에 이러고 놀지 언제 놀아! 너 뭐 친구 없는 거 티내냐?!"

 

 

 

 

 

"뭐?!"

 

"맨날 일만 하고, 학교-학원-집-학교-학원-집! 놀 줄도 모르고!!!!!"

 

"어어- 그래!!! 나 재미도 없고 놀 줄도 몰라. 됐냐? 됐어?  아!!! 헤어져, 이럴 거면 헤어져!!! 나 재미도 없고 친구도 없는 놈이잖아!!! 왜 만나? 헤어져! 이 나쁜놈아!!!"

 

"야 잠깐만 그건 너무-"

 

"나가!!!!!!!"

 

 

 

 

 

쾅-!

 

홍중이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닫힌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성화는 멍하니 문 앞에 서 있다가, 허공에 대고 외쳤다.

 

"너가 말한 거야! 나도 몰라 이제!!!"

 

그러고는 진짜로 가버렸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츄리닝 바지에 반팔 티셔츠 한 장 걸치고는. 

 

 

 

 

 

홍중은 점점 멀어지는 성화의 발자국 소리에 씩씩거리더니 이내 그 소리가 사라지자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성화의 가방과 후드집업, 문제의 코스튬을 싹싹 모아 택배 박스에 던지듯 넣어버렸다. 

 

"다 버려 버릴 거야. 나중에 찾든가 말든가! 커플룩이고 뭐고 필요 없어." 

 

박스를 현관 밖에 쿵하고 던져두고 돌아와서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흥. 뭐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그럴 거면 왜 좋아한다고 졸졸 따라다녔대? 참나."

 

아직도 분이 안풀렸는지 홍중은 이불 속에서 말 끝마다 쾅쾅 베개를 때려댔다. 

 

"나쁜 자식... 할로윈 파티?! 커플 코스튬?! 나한텐 그냥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날이야! 딱 너, 어? 박성화 너 같은 나쁜 귀신들!"

 

 

 

 

 

그렇게 홍중은 분노의 열기로 가득찬 방안에서 한참을 씩씩거리다 잠에 들었다. 창 밖에는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었고, 텅 빈 현관문 앞에는 박성화의 후드집업 위로 고양이귀 머리띠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홍중쌤, 코스튬은요?"

 

아침부터 학원 복도를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던 원장이 막 출근한 홍중을 보더니 소리쳤다.

 

"다른 선생님들은 다 준비했어요! 마녀, 좀비, 뱀파이어! 뭐라도 하셨어야죠!"

 

 

 

홍중은 커피를 들고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피곤한 직장인 코스튬인데요."

 

"뭐라구요?"

 

"아, 아니요. 저도 뱀파이어 하려고요.'

 

 

 

 

 

그 말과 함께 홍중은 분실물 서랍에서 굴러다니던 빨간 틴트를 꺼내 입가에 대충 한 줄 그었다. 물론 그 모습은 분장이라고 하기엔 망한 화장에 가까웠다.

 

 

 

 

 

"뭐... 그래요, 홍중쌤. 이제 저기 세팅 좀 도와줘요!"

 

"네에-."

 

홍중은 테이블 위에 종이 접시와 이틀전 밤새 포장한 사탕 꾸러미를 하나하나 늘어놓으며 이 모든게 끝나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네시간만 지나면… 이 지긋지긋한 할로윈. 다시는 안 본다.'

 

 

 

 

 

그리고 이윽고, 할로윈 파티가 시작됐다. 

 

 

 

"와~~~~!"

 

가지각색 코스튬을 걸친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곧이어 어디선가 풍선이 터지고, 겨우 걸어놓은 거미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는 드라큘라 망토를 펄럭이며 돌아다녔고, 그 옆에서는 부모님이 급조했을게 분명한 눈구멍 두 개 뚫린 흰 천을 뒤집어쓴 유령이 벽에 자꾸 부딪히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홍중은 아이들의 이름표를 나눠주고 떨어지는 장식들을 다시 붙이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선생니임... 저 무서워요..."

 

"수찬아..넌 유령이잖아."

 

"그래도... 무서워요."

 

"자, 이거 먹고 뚝 해. 3학년 형아는 이런 걸로 우는 거 아니야."

 

홍중은 사탕을 나눠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귀엽긴 하다.'

 

 

 

 

 

"트릭 오어 트릿!!!"

 

홍중이 사탕을 주는 것을 본 한무리의 아이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홍중은 본능적으로 사탕 바구니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하나씩! 줄 서세요 줄!!! 줄 안 서면 사탕 없다!!"

 

역시나... 아이들은 줄을 안 섰다. 비어버린 앞니 사이로 질질 새는 발음으로 어디서 알아온건지 trick or treat 만 계속 외쳐댔다. 

 

결국 홍중은 포기하고, 사탕을 던지듯 나눠줬다.

 

"그래, 다 가져가라!"

 

 

 

 

 

사탕바구니가 다 털리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정리하는 와중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진지한 말투로 물어왔다.

 

"쌤, 피 왜 묻었어요?"

 

"… 쌤이 오늘 뱀파이어라 그래."

 

"선생니임... 피 먹어봐도 돼요?"

 

"…안 된다. 그건 선 넘었어."

 

 

 

 

 

잠시 뒤 아이들은 미니 퀴즈에 열광했다.

 

"자 이건 뭘 까요?"

 

"호박이요!"

 

"그건 한국말이고요."

 

"Pumpkin!'

 

"맞아요~ 자, 사탕 하나 더!"

 

 

 

 

 

사탕 하나에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스파이더맨이 퀴즈 하나 맞춰보겠다고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마녀 모자를 쓴 꼬마가 의자를 밟고 올라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조용히 코너에 의자를 끌고와 앉아, 누군가 사놓은 다 녹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때 유령 분장을 한 아이가 다가와 사탕을 내밀었다.

 

"선생님, 이거 제일 맛있는 거예요."

 

"고마워."

 

사탕을 건내주는 짧고 통통한 손가락에 홍중이 피식 웃었다.

 

 

 

 

 

문득, 성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그 표정. 놀랍고, 서운하고, 황당해서 동그랗게 커졌던 눈동자.

 

 

 

 

 

'성화도 그냥 이런 게 하고 싶었던 걸까.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함께 웃고 싶었던 건가. 그런데 나는… 짜증부터 냈네.'

 

 

 

 

 

자신이 내뱉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으, 나 진짜 구렸다."

 

홍중은 얼굴을 감쌌다. 

 

"쪽팔려 죽겠네."

 

 

 

 

 

그는 다시 아이들이 뛰노는 교실을 바라봤다. 아이들의 즐거운 발걸음이 교실 바닥을 타고 잔잔하게 전해졌고 사탕 냄새가 달콤하게 번졌다.

 

 

 

 

 

'성화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랑 놀고 싶었던 건가봐. 그냥… 손 잡고 웃고 그런.'

 

홍중은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 몰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더니..."

 

 

 

 

 

그때, 원장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홍중쌤~! 아이들이랑 사진 찍어요!"

 

홍중의 피묻은 입술이 순식간에 일그러졌지만 이내 카메라 앞에 섰다. 

 

"자, 다들 브이-!"

 

 

 

 

 

 

 

 

 

퇴근시간이 되자 홍중은 말그대로 탈출하듯 학원을 뛰쳐 나왔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느린 건지, 1층에 내리자마자 신발이 닳을 정도로 내달렸다.

 

 

 

 

 

집 앞에 도착하니 현관문 앞에 박스가 보였다. 그런데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그대로였던 상자가 텅 비어 그 안에는 고양이 머리띠 하나만 덜렁 놓여있었다.

 

 

 

 

 

"...뭐야, 이거 다 어디갔어?"

 

홍중이 허공에 말을 내뱉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성화가 문 너머에서 "나도 몰라 이제!" 라며 꽥 소리를 지르고 사라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멀어지던 발걸음 소리까지 생생하게 재생되자 괜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왔었구나…"

 

홍중이 비어버린 빈 상자 앞에 쭈그려 앉자, 주변의 공기도 괜히 싸늘해지는 듯했다.

 

그때,

 

탁-.

 

복도 조명이 툭 꺼졌다.

 

 

 

 

 

"아, 타이밍 뭐야 진짜!"

 

홍중은 이게 드라마라면 우울한 이별 노래가 깔리며 완전한 이별 장면으로 그려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고개가 다시금 푹 숙여졌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던 홍중은 이내 두 주먹을 꼭 쥐며 중얼거렸다. 

 

"...아냐. 사과하면 돼. 아직 시간 있어."

 

그는 박스에서 고양이 머리띠를 낚아채더니, 전쟁이라도 나갈 듯한 각오로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홍중은 정신없이 옷장을 헤집어댔다.

 

"검은 옷… 아씨, 검은 옷 다 어디 갔지?! 아 이거 아니야, 이건 먼지 붙어있고-. 아, 이거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닥에 놓여져 있는 고양이 머리띠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가가 고양이 머리띠를 숨기듯 가방에 쑤셔넣었다. 

 

 

 

 

 

집을 나서며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온다던 동기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스토리를 눌러보니 사진 속, 사람들 틈 속에서 저멀리 박성화의 뒤통수가 보였다. 

 

 

 

 

 

"딱 걸렸어."

 

홍중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좋아, 박성화. 딱 기다려."

 

 

 

 

 

 

 

 

 

버스로 몇 정거장 안 걸리는 거리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홍중의 마음이 수십번은 흔들렸다.

 

'가서 뭐라고 하지? 미안하다고만 하면... 너무 성의없어 보이나.' 

 

'아니야, 그냥 얼굴 보면 다 풀릴 거야… 아마도?'

 

이런 걱정은 도착지와의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더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막상 가게 앞에 도착하자, 심장이 콩- 하고 내려앉았다.

 

유리창 너머, 

 

박성화가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혼자 조용히 폰만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꼭 다문 그 모습.

 

 

 

 

 

항상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길 좋아하는 박성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다. 

 

그 모습에 홍중의 마음속에서 모든 걱정이 스르르 사라졌다.

 

 

 

 

 

그는 가방을 열고 깊숙이 넣어둔 머리띠를 꺼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너무 웃겼다.

 

 

 

 

 

검은 후드, 검은 바지, 거기에 고양이 머리띠.

 

"나 뭐하냐 진짜…"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졌지만, 결국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지, 뭐."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딸랑-.

 

 

 

 

 

가게 안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음악 소리는 귀가 찢어질듯 크고, 누가 들어왔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홍중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성화의 바로 뒤까지 다가가서 조용히, 그러나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trick or treat."

 

 

 

 

 

성화의 어깨가 순간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그곳엔,

 

자신이 두고 간 고양이 머리띠를 쓰고 있는 홍중이 있었다.

 

 

 

 

 

홍중은 쑥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머리띠가 한쪽으로 약간 삐뚤어진 채.

 

"홍중아…"

 

성화의 목소리는 놀람과 웃음이 섞인 듯 떨렸다. 머리띠 색에 맞춰 올블랙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온 홍중의 모습에 꽁해 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런 거 싫어하는 사람인 거 아는데. 요새 학원 일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사람이 바로 홍중이었다.

 

 

 

 

 

"홍중아… 내가 미안해."

 

"아니... 사실 나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홍중에게 폭 안겼다.

 

 

 

 

 

자신보다 한참은 큰 애가 품에 파고드니 홍중은 약간 밀리듯 휘청거렸다. 그치만 동시에, 커다랗고 따뜻한 온기가 가슴 한가득 차올랐다.

 

 

 

 

 

그제야 홍중도 긴장이 풀려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갑자기 이렇게 안기면 어떡해."

 

 

 

 

 

성화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홍중의 귀에 속삭였다.

 

"근데…"

 

성화의 입술이 홍중의 귓불을 간질였다.

 

"난 사탕 대신, 너랑 장난치고 싶은데."

 

 

 

 

 

홍중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변했다.

 

"야, 박성화!!! 여기 학원이야, 아니, 아니지? 아 몰라 진짜!!!"

 

그의 외침에 성화가 웃음을 터뜨렸고, 홍중은 그 와중에도 성화의 손을 꼭 잡고 놓치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보며 웃었다.

Ateez SH x HJ Halloween-themed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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